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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golesi_-_Stabat_Mater__Vocal_Score_.pdf


<고악기 연주로 들어보고 싶음 ㅠㅠ>

 


스타바트 마테르는 이탈리아어가 아닌 라틴어다. 슬픔의 성모, 한자어로는 성모애상이라고도 한다. 모두 12개의 싯구이다.

 슬픔에 찬 성모님이 아드님의 발 아래 서 계시네로 시작하는 스타바트 마테르 돌로로사는 종교 역사의 한 장면이기는 하지만 인간의 보편적인 슬픔에 호소하는 일면도 있는 것 같다. 

 굉장히 많은 스타바트 마테르가 있지만 그 중에서 나는 페르골레지의 작품이 가장 마음에 든다. 후대에 쓰인 로시니의 작품도 들어봤는데 바흐나 헨델의 오라토리오 같은 느낌이다.

 오히려 악기도 소박하고 노래의 구성도 경직되어 있다 싶을 정도로 소박한 점이 오히려 더 호소력이 있는 것 같다. 선율의 아름다움이 더 극명하게 드러나는 듯 하다. 그리고 복잡한 꾸밈음도 거의 없다. 원전악기 연주로 들으면 더 아름다울 것 같다는 기대를 하게 한다. 고악기의 음색은 날카롭지 않고 부드럽고 포근하게 마음을 감싸 준다. 물론 내가 배우고 싶은 1번과 12번은 구성이 단순하지만 이외의 곡들은 꼭 그렇지만은 않다. 빠르고 화려한 곡들도 꽤 있다.

 라틴어로 된 곡은 처음 배우는데 다행이랄까 발음도 쉽고 또 곡 특성상 계속 반복이어서 가사는 걸림돌이 되지 않았다. 그렇다고 콩글리쉬 발음이 어디 가는 것은 아니지만. 좀더 라틴어처럼 들리도록 노력을 해야할 것 같다. 흑.


 논의한 것은 아니지만 나는 이 곡을 부를 때 최대한 감정이나 꾸밈을 빼고 객관적으로 부르려고 노력한다. 전례곡을 구성지게 부르는 것은 좀 아니지 않나. 그래서 어떤 연주는 심지어 소프라노랑 알토가 음색이 똑같아서 마치 한 사람이 나눠서 부르는 것 같은 착각도 들었다. 근데 그건 또 그것대로 좀 괴이했다. (자루스키! 그 언니랑 헤어져!!)


 객관적으로 부르겠다고해도 고음에서는 용을 써야해서 -크크크크 고작 G5인데도 죽어. 웃는 게 웃는 게 아님 크흑- 생각대로 되지는 않았다. 그리고 동영상을 보다 보니 지휘자들의 개성있는 해석들이 많아서 정신차려보면 따라하고 있게 되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나는 배우는 입장이므로 최대한 악보에 충실하게 배우려고 노력한다. 악보대로 제대로 배우는게 우선이고 장식을 하거나 변형을 하는 것은 나중이라고 본다. 악보대로 부르는 것도 얼마나 어려운데.


 그 다음 고비는 호흡의 길이다. 연주자들 보면 이 느리디 느린 노래의 여러 프레이즈를 숨도 안쉬고 주욱 불러재낀다. 놀라울 지경이다. 프로들이 대단하다는 걸 모르는 것은 아닌데 진짜 이 길고 느린 노래를 숨도 안차하며 부르는 걸 보면 진짜 뭔가 쌓인 내공이 장난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후유, 나는 언제쯤 저런 경지에 이를 수 있을 것인가. 게다가 나는 숨도 여러번 나누어서 쉰다. 부르는 내 입장도 이렇게 숨이 찬데 만약 듣는 사람이 있으면 진짜 헐떡 거린다는 인상밖에 못 받을 것 같다. 연습할 때 호흡에 주의하면서 조절을 해 볼 필요가 있겠다.


 슬픔의 성모는 정말 아름다운 곡이다. 2도 차이로 소프라노와 알토의 음정이 메기고 받는 식으로 간단한 한 줄의 가사를 반복한다. 그리고 압권은 마지막의 아멘에 있다. 이렇게 반음씩 진행하던 멜로디가 독자적으로 걸어나가다가 중첩되면서 멋진 화음을 만들어 낸다. 일반적으로 다른 곡들보다 훨씬 빠르게 진행이 되는데 자신의 박자를 놓치면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고 만다. 크크크. 음을 정확하게 익히고 박자대로 머뭇거리지 말고 분명하게 소리를 내 주어야한다. 그러면 아주 아주 멋지게 곡을 마무리 할 수 있다. 

 뭐 말이야 쉽지만 가사가 하나뿐인 아멘도 익히기는 쉽지 않다. 나 같은 경우는 아~아아아~~~를 하다가 어느 음에서 멘을 해 줘야 하는지 모르겠어서 엄청 연습을 해야했다. 대충 때운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1곡의 Grave 그라베는 무거운, 심한 고통, 장중한, 묵직하다는 뜻이다. 슬픔의 성모에 걸맞는 묵직한 비통함으로 시작한다. 반주가 너무 예쁘기만 하면 안된다고 본다. 그렇다고 울면서 부를 수는 없고 감정을 빼고 깔끔하게 부르려고 노력한다.


 12곡은 Largo assai 라르고 아싸이로 시작한다. 충분히 느리게. 1곡과 멜로디가 유사하지만 더 느리다. 4박자의 전주는  천천히 뚜벅 뚜벅 걸어오는 느낌이다. 느려진 만큼 더 숨이 모자르다. 끄악, 죽겠다 ㅠㅠ


 Amen은 Presto assai인 만큼 충분한 빠르기로 부른다. 그러나 신난다고 빠르게 부르면 후반에서 두 성부와 반주가 신나게 엉켜 난장판이 될 수 있으므로 크크크크크 정말 연습을 많이 해서 익숙해지지 않았다면 섣불리 빠르게 부르지 않는게 좋을 것 같다. 화음의 섞임도 진행도 모두 아름답기 때문에 노래를 부르면서도 그 화음을 즐길 수 있으면 아주 즐거운 경험이 될 것 같다. 그런데 반주하시는 분은 죽어남 크크크크. 오른손 왼손이 막 교차한다고 엄청 당황하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