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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 없음^^


시인 The Poet

죽음을 수단으로 삼는 기자 이야기


<부제 : 살인자, 운율이 있고 이유가 있는. 자살 노트를 쓰는 살인자라고 번역이 되었던데>



마이클 코넬리의 '시인'

전부터 명작이라 소리는 많이 들었다. 그래서 해리 보슈 시리즈 계속 읽어 나가기 전에 얼른 읽어보려고 결심했다

제목은 시인 Poet 부제는자살 노트를 쓰는 살인자라고 붙여 놓았다. 이건 랜덤하우스에서 붙여놓은 건지 뭔지 없으나 이걸 읽은 입장에서는 약간 오해의 여지가 있었다. 요샌 난독이 심한 경향이 있긴 하지만.

전직 FBI였던 매케일럽이 활약하는 블러드워크도 읽어 봤다. 나중에 리뷰를 간단히 쓸지는 모르겠지만. 시인과 마찬가지로 마이클 코넬리의 명작이라고 해서 우선 읽어 보려고 것이다

해리 보슈 시리즈에는 가끔 매케일럽과 매커보이도 등장을 한다. 특히 다크니스 모어댄 나잇에 매케일럽이 비중있게 나오길래 읽자 마자 블러드워크를 찾아서 것도 있었다. 스포당할까봐 걱정이 되어서기도 하고.



<해리 보슈 아마존 드라마 관련 행사에서 마이클 코넬리>



시인의 독특한 정서는 에드거 알렌 포에게 많은 부분 기대고 있다. 살인과 범죄의 이야기에 서정성을 불어넣음과 함께 특유의 우울한 공포를 자아낸다. 이것은 포라는 작가이기에 가능한 부분이다. 사랑스러움과 우울과 치밀한 범죄와 인간 내면 깊숙한 곳에서 우러나오는 공포까지 다양한 면모를 가진 작가를 선택한 것은 정말 신의 한수인 싶다. 책만의 독특한 개성이 확실히 각인된다.


암튼 시인은 다른 인물들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시리즈가 아직 출판되기 전의 이야기다. 물론 마이클 코넬리의 시리즈를 대충 알고 있는 입장에서 FBI 요원이 레이철 월링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소설이 있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다

소설이 대단한게 이렇게 뻔히 알면서도 속수무책으로 작가의 안배에 당하게 된다는 거다. 정말 끝의 끝까지 범인을 짐작하지 못했다는 것을 고백한다. 정말 주인공의 관점에서 조금도 억지스러운 점을 짐작하지 못한 것을 보면 내가 사람을 믿는 것인지 소설을 너무 수동적으로 읽은 것인지 자조적인 기분도 정도였다.

그만큼 트릭이 탄탄했다는 것이겠지. 읽고 다니 소설이 각종 상을 휩쓴 이유를 알겠더라.


서평을 스티븐 킹이 써줬는데, 이게 오히려 책에 대한 선입견을 만들어 내는 같다. 물론 처음에 출판했을 때는 판매부수에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본다만. 킹은 요즘 보면 맘좋은 할아버지 같은 느낌이어서 영화나 코믹이나 책에 대해 엄청 관대한 평가를 주고 있다. SNS 많이 하셔서리 그런가 호들갑스로운 평이 올라와도 그러려니 하는 느낌이다

하여간 여서도 극구 칭찬을 하셨는데, 이제는 서평은 읽지 않고 들어가도 좋지 않은가 싶다. 전에는 한구절이라도 샅샅이 읽고 들어가야한다고 생각했는데 선입견 없이 작품을 마주해도 이젠 괜찮다는 느낌이다.


이번에 책에 인물들이 등장할 때마다 이름을 적어봤다. 워낙 애칭을 많이 쓰고 인물도 많은데 중에서 어떤 인물이 나중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앞에서 뭔일을 했었는지 기억이 안날 때가 많아서 스스로 답답함을 느꼈더랬다. 누가 강요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책을 덮고 나면 주인공 이름이 생각이 안날때가 많았다. 요샌 책도 많이 안읽는데 그러지 싶다. 이래서 책읽기 습관이 중요한듯 싶다.

하여간 이름 적어보는 효과가 있었다. 다음에도 이렇게 해야되겠다. 나름 낙서든 메모든 적으면서 읽는 습관을 들이려 결심한 것도 있기도 했고.


윌리엄 글래든은 초반부부터 등장한다. 주요 범죄자의 행동을 추적자들-경찰, 연방경찰, 기자- 활동과 병행 배치하여 아주 흥미롭게 만든다. 법망을 빠져나갈 때는 읽는 사람 속이 터지게 하고 교활함에 혀를 내두르기도 하고 잡혔을 짜릿한 쾌감을 느끼게도 한다. 걱정마시라. 이건 미리니름이 아니므로. 후반에 엄청난 반전과 반전의 반전이 있으니까. 끝까지 흥미롭게 읽을 있다.

전에 읽은 블러드워크도 그렇고 걸작 걸작하는지 알만하다. 블러드워크가 인생의 아이러니의 최고점이었다면 시인은 주인공 매커보이에게 내재되어 있는 약점인 불안과 의심을 끝까지 이용한다.

매번 마이클 코넬리의 책을 읽으면 느끼지만 진짜 해피엔딩따윈 개나줘다. 이눔의 작가. 그래서 씁쓸한 여운과 함께 캐릭터를 안쓰럽게 바라보게 되는 같다.


매커보이. 로키 마운틴 뉴스의 죽음 담당 기자

매커보이라는 이름이 누구누구의 후예라는 뜻의 Mc(Mac) Evoy 붙는 다는 것을 알게 됐다. 에보이가 무슨 의미를 가지고 있는 단어인지는 모르지만 순간 철자를 잘못보고 엔보이인줄 알았다. 더불어 떠오른 전달자라는 의미. 어둠의 왼손에 나오던. 영국이나 그쪽 사람들에게서 유래된 같기는 한데. 유명한 배우도 같은 성이라서 기억은 같다. 양반은 은근히 계급주의 쩌는 영국 연예계에서도 노동계급 출신의 성공한 배우로 일면이 알려지기도 하더라.

잭은 우울하고 날카롭고 빈둥거린다. 물론 일에서는 코넬리의 모든 주인공이 그렇듯이 민완하다. 그리고 놓치지 않고. 그리고 인물의 매력은 서정성에서 나온다. 정서적으로 뭔가 통하는 사람들과 이야기가 되고 그런 여성들에게 어필하는 부분이다. 그런 부분이 주인공을 돕게 하는 무언가이다.

사실 기자가 능력이 있어서 사건 자료에 접근할 있나 싶긴 한데 미국은 그게 되는 모양이다. 하여간 형사들과 연방경찰의 알력, 그리고 기자들과의 신경전은 일을 꼬이게도 만들고 급진행 시키기도 하는 동력이 된다. 매사에 딱히 어쩌겠다는 의지가 적은 나로서는 이해가 어려운 부분이기도 한데. 그러니까 갈등도 불사하겠다는 그런 추진력말이다


잘살펴보면 작가가 글을 쓰기 시작한지가 1990년대 후반이어서 통신의 발달이 눈부신 요즘은 이해가 안되는 부분도 있을 거다. 해리 보슈 드라마를 보면 다들 스마트폰을 들고 다니지만 책에서는 그렇지 않다. 걸려오는 전화를 받기 위해 어떤 곳에 있어야할 때도 있고 팩스라든가 모뎀을 이용한 인터넷 통신 같은 것이 나와서 격세지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시인에서는 모뎀을 이용한 PC통신망과 디지털 카메라가 드디어 등장했다라는 느낌이다. 아련한 하이텔 천리안의 기억이 떠오른달까. 사진 장을 받기 위해 5분씩 걸렸다는 모사를 보면서 그땐 그랬지라는 느낌.

그러나 예전이나 지금이나 살인자들의 본능은 변하지 않고, 아이들을 성적인 대상으로 노리는 자들의 성향도 변화가 없는 같다. 그리고 똑똑한 놈들이 미치면 골치가 아프다는 것도. 게다가 글래든은 신체적인 능력도 뛰어나다. 완력도 대단해서 방에 사람을 죽이고 도주도 한다. 망할 .

유명세, 성공, . 세가지가 코넬리가 이용하는 동력이다. 성공에서는 복수심도 포함된다. 사건을 해결하고 범인을 잡으려는 욕망은 엄청난 동력이니까.


기분이 어떠십니까. 이건 티비에서도 많이 듣는 기자의 질문인데, 코넬리는 아주 속시원하게 나의 느낌을 정리해 주었다. 가족이 죽었는데, 모든 잃었는데 지금 기분이 어떠냐니. 잔인한 질문이 너무나 싫었다. 제일 싫었던 인터뷰가 남수단의 성자 이태석 신부님이 마지막 암투병으로 병상에서 해골처럼 누워있는 영상을 남수단 학교 아이들에게 보여주며 기분이 어떠냐고 묻는 것이었다.

정말 기자란 누구에게 저런 질문을 하고 죽빵을 맞아도 할말 없는 종자다라고 생각했다. 형의 죽음에 대한 기분을 묻는 누군가에 의해 자신이 예전에 짓들을 되새겼듯이 말이다. 질문을 창의적으로 수는 없나? 기자란 아이러니한 직업이다. 잔인할 정도로.


에드가 알렌 . 시인의 모티브. 미국 시인. 아주 유명하고 곱고 서정적인 시어를 썼지만 추리소설의 원조이기도 하고 걸작 공포소설도 남긴, 지금 생각해 보면 아이러니하고 다재다능한 인물이다. 검은 고양이나 어셔가의 몰락은 지금봐도 소름이끼치고 소설임에도 이해하기 어려운 은유나 너무 섬세한 묘사들이 이해하기 어렵게 만드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오귀스트 뒤팽이 나오는 추리소설 시리즈는 느낌이 다르다.

책에서 나오지는 않지만 포의 죽은 아내는 아주 어렸다. 10대였으니까. 나는 코넬리가 아동성애자들을 테마로한 책에서 자기파괴적이고 공포스러운 관점은 부각시켰으나 포의 아내가 어렸다는 것을 이야기 하지 않는 것이 고의적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마 작가도 저변에서는 의도를 하고 쓰지 않았을까 싶다. 다만 미국의 영웅인 작가의 그런 일면을 굳이 부각시킬 필요는 없다고 여겨 일부러 쓰지 않은 것이라 상상해 본다. 미국이 그런 나라아닌가.


이 소설의 첫 문장은 아주 멋진 도입이라고 생각한다. 

읽는 이를 확 끌어당기는. 

강렬하면서도 헤매지 않고 주제로 바로 훅 들어간다. 좋은 문장들이 많았다. 시어여서 난해한 것도 많았지만. 번역이 잘 되었다는 의미도 되겠다.




<링컨차를 타는 변호사의 미키 할로우(매튜 매커너히) & 마이클 코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