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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바이올린 제작 무료 전시회

category 리뷰 2015. 5. 29. 19:52



오늘 원래 일정이 빠샤지고. 음, 순전히 나의 게으름 때문이었지만 그냥 발길을 돌려서 좀 걷기도 할 겸 예술의 전당을 왔다. 그러다 일전에 봤던 현악기 제작 전시회를 잠깐 들렀다. 무려 무료입장이라고 되어있어서 마음편히 가비압게 둘러보기로 했다.

지난번과 달리 이번에는 제작 시연도 있고 연주 시연도 있었다. 오오. 역시 악기는 만드는 걸 보는 맛이 최고지. 마침 제작 시연을 할 시간이어서인지 의자에 청중들이 앉아 있는 것이 보였다.


일단 악기들 부터 보았는데 입구에서 맞아주는 떼오르보(Teorba)와 류트에 압도되어서 눈이 반짝 반짝 빛났다. 그리고 어맛 이것은 그 말로만 듣던 비올라 다 감바! 소프라노 감바와 테너 감바가 있었다. 그렇군. 6현 악기였군. 옛날 악기를 새로 제작한 것은 C바우트가 화려하지 않고 수수한 모양이었다. 현악기는 인간역사에서 꾸준히 등장하는데 희한하게도 외국에는 바이올린 모양의 타는 현악기들이 많았다. 오히려 동양은 거문고처럼 뉘어놓고 띵기는 악기들이 많은데 말이다. 뭐든 세워놓든 들든 그렇게 연주를 해야 성이 차시는 모양이다. 심지어 하프도 봐봐. 세워놓고 액티브하게 연주를 해야지.

바닥에 퍼질러 앉아서 그 묵직한 오동나무 덩어리 위에 현을 얹어 띵기는 그런 악기는 동양풍인가보다.

할튼! 고음악 연주 좋아하는 나로서는 엄청 재밌었다. 이런 것을 국내에서 실제로 다시 만들기도 하는군.




이왕이면 실연에서 비올라나 첼로같은 다른 악기들도 연주해 주시면 좋았겠지만. 이것은 무료 전시회입니다… 수시로 바이올린을 바꿔가며 소품들을 연주해 주셨다. 음 갑자기 든 생각은... 슈베르트의 세레나데는 현악기로 그 정서를 다 표현하는 것은 어렵겠더라. 그냥 그렇더라는 생각이 만만해 보이지만 쉽지 않은 음악.


우리 같은 사람들은 고악기에 관심이 있어도 들어보기 쉽지 않다. 개별 악기의 소리를 들어보고 차이를 아는 것은 더우기 쉽지 않다. 편법으로 고악기 연주 공연이 있을 때 인터미션에 오케스트라 피트에 대롱대롱 매달려서 수줍게 물어보는 정도다. 그려면 아래에서 연주자도 수줍게 대답을 해 주심. ㅋㅋㅋ 소리는 못들어 보지만. ㅋㅋ 그냥 다 궁금해. 그리고 오케스트라 피트에 매달려있는 관객 숫자를 봤을 때 사람들이 정말 관심이 많다 싶다.




공방처럼 꾸며놓은 부스가 이뻤다. 도구들도 다양하고 역시 예술은 노가다임을 알 수 있었음. 으흐흐. 

전에 몹쓸 책 한권을 읽었는데. 제목이 ‘스트라디바리우스’라고 딱 봐도 혹하게 생긴 제목 아닌가. 온갖 비화들로 가득한 책이었는데 꽤 재밌었음. 어쨌든 그 책을 보고 얻은 가장 큰 수확은 바이올린의 부분별 명칭이었지. 그리고 그렇게 생겨먹은 이유같은 것. 사실은 몹쓸 책 아님. 좋은 책이에요. 추천!

요즘 제작되는 악기들을 보니 꼭 f같이 홀을 파지 않는가보다. 하긴 오래된 악기가 좋다는 건 일종의 편견이라고 하드라만. 블라인드 테스트를 해 보면 요즘 악기도 좋다고.




도구들도 이쁘고 그리고 손이 참 많이 가는. 좋은 소리를 내기는 사람도 악기도 다 힘들다. 옆에 있는 선반에는 도료랑 바니쉬같은것들이 있었는데 반짝 반짝 이쁘더라는. 레드 바이올린이라는 영화가 생각났다.

뭔가를 만드는 것은 참 멋진 일이다. 역시 예술은 노가다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