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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모차르트 <후궁 탈출> 주빈 메타

category 리뷰 2015. 5. 24. 03:00



The Abduction from the Seraglio

Die Entführung aus dem Serail (a.k.a Il Seraglio) KV 384


오페라 3막 독일어 징슈필(German opera Singspiel)

작곡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Wolfgang Amadeus Mozart)

대본 크리스토퍼 프리드리히 브레츠너(Christoph Friedrich Bretzner)의 원작 

<벨몬트와 콘스탄체( Belmont und Constanze)>

각색 요한 고트리에프 스테파니 D.J(Johann Gottlieb Stephanie D.J)

초연 1782년 7월 16일 비엔나 부르크극장(16 July 1782, Vienna Burgtheater)





[영상]모차르트 <후궁 탈출> 주빈 메타


2002년 5월 피렌체 떼아트르 델라 페르골라 극장 136분

(Teatro Della Pergola - Florence)


바사 젤림 : 마르쿠스 존(Markus John)

콘스탄체 : 에바 메이(Eva Mei)

블론데 : 파트리치아 치오피(Patrizio Ciofi)

벨몬테 : 레이너 트로스트(Rainer Trost)

페드릴료 : 메르차드 몬타제리(Mehrzad Montazeri)

오스민 : 쿠르트 리들(Kurt Rydle)


지휘 : 주빈 메타(Zubin Mehta)

연주 : 마지오 무지칼레 피오렌티오(Maggio Mugicale Fiorentino)



감상


피렌체에 이런 극장이 있는 줄도 몰랐는데 영상을 보니 자그맣고 이쁜 곳이다. 피렌체 자체가 도시가 아담하고 지하철도 없는 도시이지만 역시 메디치가를 비롯한 한 시대를 풍미한 왕조의 도시답게 예술의 기반 시설은 다 있는 모양이다.




무대장치는 대단할 것은 없다. 멀리 배경으로 바다가 보이고 앞쪽으로는 터키풍의 벽장식을 이리 저리 밀어서 공간을 만든다.

눈에 띄는 건 오히려 무대 앞쪽에 도랑처럼 파놓은 곳을 오가는 악어. 줌할 때 보니 사람이 들어 있는 게 보이는데 엄청 사실적으로 움직인다. 뭔가 텍스쳐도 색도 귀엽고 이빨도~ 귀염귀염. 눈도 깜빡이고. 이 악어가 왔다갔다하는 바람에 그곳을 넘어서 탈출을 못하는 설정인거 같은데 가수들 연기가 제법 그럴 듯 함.

촬영된 화면은 좀 어두운 편이고 요즘은 잘 하지 않는 멀리서 객석과 무대를 함께 잡는 카메라 구도 같은 것도 있다.



벨몬테 역은 모차르트 테너스럽게(타미노 풍) 맑은 목소리로 노래를 잘 한다. 레코딩에서 손을 잘 본건지 몰라도 가수들의 음량차는 느껴지지 않는다.

페드릴료 역은 좀 더 이탈리아 가수처럼 화려하게 노래를 한다. 곡이 그래서 그럴 지도. 돈죠반니의 vino song을 연상시키는 비바 바쿠스도 바리톤과 합이 잘 맞아서 하나도 안 밀린다.

여기에서의 블론데는 연기도 그렇고 노래도 그렇고 파파게나를 많이 연상시킨다. 음색이 맑다. 작고 귀여운 설정이라 그런가. 프로덕션마다 블론데에 대한 인상이 많이 다르다. 그리고 이번에 확실하게 안 것은 영국! 영국 얘기가 있긴 있었다. 각색한게 아니었으.

블론데가 영국츠자였어! 마지막 장면에서 타탄체크무늬 드레스까지 입고 나왔다. 물론 확실한 것은 오스민이 블론데와 듀엣을 부를 때 영국인들이란! 영국인들이란!하고 되풀이하는 부분이 있다는 것을 확인했기때문이다.

오스민은 무시무시했다. 극저음. 대박! 의상 컨셉도 뭐 그저 그렇고 특히 머리 모양이 진짜 읍!이었는데 노래를 너무 잘하심. 베이스 콜라라투라.


그리고 콘스탄체 역의 에바 메이. 내가 이 영상에서 유일하게 이름을 아는 가수라서 주의깊게 봤다. 찾아보니 이태리 출신 가수이고 모차르트 콩쿨에서 우승해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 근데 징슈필보다는 돈죠반니의 엘비라에 딱 어울릴 것 같은 날카로운 바이브레이션을 가졌다. 여기 나오는 아리아들이 진짜 죽을 듯이 높고 어려운데 보통 높은 음에 집중하면 저음쪽은 버리고들 하는데 에바 메이는 저음도 되게 잘 부른다. 그리고 높은 음도 아주 죽을 것 처럼 부르지는 않는다. 블론데랑 비교해 보면 티가 난다. 실력이 대박인 듯.

이태리 가수라 그런지 어려운 아리아를 해내고 박수도 많이 받고 잠깐 다시 나와서 인사도 하고 들어갔다. 네, 여기는 이태리 피렌체입니다.

저음 자연스럽게 내는 것을 보니 헤에~ 멋져~ 진짜 존경스럽다. 한 음을 3초도 유지 못하는 미친 횡경막을 가진 인간으로서 진짜 존경스러움!



그리고 지휘자 주빈 메타가 있다. 이분이 여기까지 어쩌다가 와서 지휘를 하게 되셨나 모르겠어. 아니 어쩌다가 영상물로 남겨졌는가가 관건인건가. 에바 메이에 주빈 메타라서 라이(Rai)에서 레코딩을 한 것 같은데. 유럽은 각 도시마다 음악 페스티발이 있으니까 피렌체도 있는 것 같았다. 

이 인도인 지휘자는 까무잡잡하고 우아한 외모로 지휘도 우아하게 하신다. 덕분에 영상물에서 지휘자를 많이 잡아주어서 보는 눈이 즐겁다. 네네, 미중년은 소중함미다.

작년에 이스라엘 필하모니랑 내한을 했었네. 후우, 지휘자들이 한 둘 씩 떠나가는 마당에 이분 오래 사시길. 부고 들려올 때마다 씁쓸하다. 올해 79세인데 건강하시라.


이 작품을 반복해서 들어볼 수록 신기한게 정말 좋은 노래들이 많다. 징슈필이라 레치타티보가 없으니까 노래들이 딱딱 구분이 되어서 인식이 잘 되는 걸 수도 있다. 피가로의 결혼에서 주연급인 수잔나는 줄창 등장을 하지만 단독 아리아는 한 개뿐인 것과 비교하면 여기 등장하는 인물들은 노래들이 골고루 꽤 많은 편이다. 그것도 하나 하나가 다 개성적이고 아주 멋진 곡들이다.

확실히 특징 적인 것은 베이스 바리톤인 오스민의 노래가 많다는 것. 알고 보니 모차르트가 작곡했던 시절의 오스민역을 한 가수가 폭발적인 대중적 인기를 누렸다고 한다. 그래서 어디에나 오스민의 노래가 끼어있다. 

그래 세상일이 다 그런거야. 자극을 주는 사람들이 영향을 미치게 되어 있다니까. 흥행을 무시할 수 있나. 뭐 그래도 발로써도 모차르트인데 이렇게 좋은 베이스 바리톤의 곡이 넘쳐나니 바리톤들에게는 축복같은 작품이 아닐까. 

쿠르트 라이들은 굉장한 가수인 것 같다. 일단 저음 대박! A2까지 내려간다. 악어가지고 혼자 원맨쇼도 잘하고 넘어지는 연기도 몸을 아끼지 않고 잘 한다. 이태리어도 몇마디 해가며 관객들을 웃겨 주고. 모차르트는 테너나 바리톤도 예외없이 콜로라투라를 막 시키는데 하는 사람은 죽겠지만 듣는 입장에서는 잘 해내면 귀에 아드레날린 뿜뿜이다!



연주는 괜찮으므로 에바 메이 팬이거나 주빈 메타 모으시는 분에게는 추천.



헐, 유투브에 통째로 올라가있네. 아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