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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반] 카르미나 부라나 콜레기움 보칼레 겐트, 바우어, 서예리, 임메르세일



간만에 바리톤 토마스 바우어의 신보가 나왔다. 신보라기엔 1월에 나온거지만. ㅋㅋㅋㅋ

사실은 이 바리톤 트랙커가 앱스토어에서 샀다. 그냥 바우어라서 닥치고 샀단다. 우리 곰아저씨가 공력이 얼마나 늘었나 궁금하기도 해서. 폰에 넣어놓고 한동안 안 듣다가 여행중에 심심해서 들어봤는데 오, 괜찮다. 


국내에서도 씨디가 수입이 되어 판매되고 있다. 그러나 앱스토어에서 이미 사버렸다는… 흡.



[토마스 E 바우어]


 독일 바리톤 바우어씨, 본지가 벌써 몇년이 되어간다. 하긴 거진 10년 전, 내한 한 것도 신기하긴 했는데 순전히 헤레베헤빨로 월드 투어에 묻어서 이 극동 지역까지 ㅋㅋㅋ.

그 분을 발견한 것은 무작위로 슈만 리트를 찾아 듣던 시절의 일이었는데 굉장히 목소리가 부드럽고 소리가 높은 바리톤이어서 한 번에 귀에 콱 꽂혔더랬다. 

바우어씨의 리더크라이스와 시인의 사랑 앨범은 한 번 들어볼만한 좋은 작품이다. 낙소스라 가격도 싸요. 부드럽고 우아한 바리톤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토마스 바우어는 강추 강추. 리트이기에 그분 실력좋은 사모님이 치는 피아노 연주도 좋다는 게 또 강추하는 점.

이 바리톤은 보들보들한 목소리 이미지와 달리 굉장히 실험적인 도전을 많이 한다. 그래서 좋은 지휘자를 만날 기회를 갖게 된게 아닐까. 헤레베헤. 허베어인지 뭔지 발음은 잘 모르겠음메. 하여간 콜레기움 보칼레 겐트의 지휘자인 헤레베헤 할배와도 좋은 커리어를 쌓고 있는 것 같다. 이번 레코딩도 콜레기움 보칼레 겐트와 함께 했나보다. 이 앨범 지휘는 이메르세일. 이름이 꼭 네델란드 사람 같다.

이 단체가 주목받는 이유 중 하나는 원전 연주를 추구하기 때문일 것이다. 전에 내한했을 때도 암스테르담 콘서트 헤보우의 바흐의 B단조 미사에서 원전악기를 실컷 구경할 수 있었다. 

요렇게라도 가뭄에 콩나듯 이 분 소식을 들을 수 있어서 다행이다. 게다가 요상한 현대음악 아니고 들어줄 만한 레코딩이어서 대박 감사하다.




[서예리]

서예리씨.

유럽에서 폰에 넣어간 K-pop음악에 슬슬 질려갈 때쯤 그리고 동구권으로 넘어갈 무렵에 카르미나 부라나를 들으려고 열어봤는데 어헙! 서예리? 그 서예리씨? 작년에 내가 본 그 서예리씨? 완전 집중도 200%로 감상했다. 이 앨범을 구매할 때는 서예리씨가 참여한 것은 전혀 몰랐고 순전히 바우어씨 때문에 구입한 것이었는데 이건 대박 건진 기분?

으하하, 역시 세상은 좁고 원전 연주 커넥션은 더욱 좁다! 그래서 이렇게 똭! 멋진 앨범에 의미를 하나 더하게 되었다. 

이 단체는 연주할 때마다 솔리스트들이 굉장히 괜찮다. 서예리씨의 과장됨 없이 맑은 목소리는 앨범 컨셉과 잘 어울린다. 엠마 커크비처럼 꾀꼬리과였으면 다른 연주자들하고 밸런스가 안 잡혔을 수도 있다. 약간 풍후한 느낌도 있으면서 꾸미거나 과장된 바이브레이션이 없다.

그리고 23번곡은 짧지만 엄청나게 높은 음을 내야하는 곡이다. 높은 레까지 내야하는데 깨끗하게 소화하고 계심. 헐, 카르미라 부라나에 이런 사람잡는 노래가 있었다니. 칼 오르프씨 진짜…  

이 작품에는 독창자가 셋밖에 없다. 합창은 4성부가 있지만 독창자는 소프라노 테너 바리톤 셋 뿐이다. 흐음, 왜일까.





[칼 오르프]

카르미나 부라나의 1곡인 오 운명의 여신이여는 안들어본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곡이다. 그만큼 히트를 했다는 얘긴데 초연된 시기가 1937년인 것을 생각하면 굉장히 특이한 형식이다. 

칼 오르프의 이력을 검색해보면 정말 대단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미 어렸을 때 재능을 발휘해서 16살에는 이미 수 많은 가곡을 짓고 관악, 합창곡을 썼다. 뭐야 흔한 천재였잖아. 헐. 그리고 벌써 20대 후반에는 학교에서 교편을 잡는다. 대단한 양반이다. 그러다가 1930년대 이후에는 자신이 작곡했던 초기의 낭만적인 형식에 싫증을 느끼고 자신만의 독창적인 형식을 찾아서 이것 저것 시도를 하기 시작한다. 이 특이한 카르미나 부라나도 이렇게 만들어졌다. 

그의 작품의 특징적인 면모는 모든 것이 무대극을 지향하여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그리스의 극을 주제로 한 작품이 많고 모든 것은 오페라나 발레같은 무대의 종합 예술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카르미나 부라나도 원래 합창과 관현악 그리고 발레가 함께 상연이 되어야 완벽한 작품이다. 발레를 함께 봐야만 이 작품을 제대로 감상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 예술은 역시 종합예술이 최고!)

수 년 전에 국립 발레단에서 국립 함창단과 함께 이 작품을 무대에 올린 적이 있었다. 합창단은 모두 두건을 쓰고 무대에 등장해서 노래를 불렀는데 그 효과는 굉장했다. 국립발레단은 페르난드 놀트의 안무를 채택한 공연이었다. 테너는 12번째 곡에서 구워지고 있는 백조부분을 부르는데 소리가 희한하다. 발레에서는 굉장히 멋진 부분이다. 내가 아주 좋아하는 국립발레단의 발레리노가 백조역을 하셨는데. 아래와 같은 헐벗은 꼴. ㅎㅎㅎ 꼬챙이에 꿰어 구워지고 있는 중이라구요. 



카르미나 부라나는 <승리 3부작:트리온피(TRIONFI ; 승리)>의 1부에 해당한다. 그런데 이 작품이 하도 유명해서 나머지는 있는 줄도 몰랐다. 쏘리 언제 한 번 들어볼게요.  




[원전 카르미나 부라나]


카르미나 부라나라는 곡의 배경에 대해 짧게 정리해보겠다. 일단 어원을 보면 카르미나(CARMINA)라는 말은 CARMEN(라틴어로 '노래'라는 뜻)의 복수형이고 부라나(BRANA)는 보이렌(BEUREN)의 라틴어 이름이다.「카르미나·부라나」는「보이렌의 시가집」(詩歌集) - SONG OF BEUREN - 이란 뜻이다. 이 시가집은 1803년 독일 뮌헨 남쪽으로 수킬로 떨어진 바이에른 지방의 베네딕트 보이렌(BENEDIKTBEUREN)의 수도원에서 발견된 데서「카르미나·부라나」란 이름이 붙었다. 



이 시가집을 인터넷에서 찾아봤는데 책이 참 희한하게 생겼다.(위의 사진)

눈이 있으나 읽을 수 없고. 까막눈이나 다름 없다. 이건 악보는 아니고 그냥 시집, 글 모음집 같아 보인다. 근데 오르프가 이것을 바탕으로 했다니 읽을 수는 있는 모양이다. 라틴어일텐데 역시 천재 오르프씨인가.

하여간 이것은 구전설화처럼 이 사람 저 사람의 입을 통해서 덧붙여지고 다듬어진 형식을 가지고 있다.


익명의 유랑승이나 음유시인에 의한 세속 시가집으로 13~14세기에 걸쳐 골리아드(Goliard)라고 불린 유랑학생에 의해 라틴어로 씌여졌다고 한다.

여기서 잠깐 골리아드의 뜻을 찾아보았다. 원래 내 입에 익은 카르미나 부라나의 부제는 ‘방황하는 수도승의 노래'였는데 여기서 유랑 학생과는 어떤 연관이 있는지 궁금해졌다. 방황하는 수도승이란 이쁘게 말해 방황하는 거지 타락한 수도승이라는게 맞는 표현 아닌가? 중세에는 종교기관이 교육기관이기도 했으니까 영민하고 고등 교육을 받은 중세의 수도승들은 끓어 오르는 피를 견디지 못하고 수도원을 뛰쳐나가 방랑을 시작한다. 그들을 일컬어 ‘골리아드(Goliard)라고 불렀다고 한다. 그리고 그들이 쓴 시들이 골리아드의 노래이고 라틴어 가사만 남은 시집이 카르미나 부라나가 된 것이다. 역시 기록이란 중요한 것이다. 요즘 같은 디지털 시대에 물질로 남아있는 매체 기록이란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

그들은 수도승의 기록이라고는 믿어지지 않게 신을 찬양하는 것이 아니라 봄을 찬양하고 사랑을 노래하고 수도원장을 비웃는 풍자 노래를 부르고 있다. 하지만 그들이 수도원을 떠났다고 해서 신을 버렸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중세의 무시무시한 세계관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그 시대 사람들이 과연 있었을까? 아마 그들은 어쩔 수 없이 방황하면서도 계속 괴로워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지금 보면 아주 보편적인 내용이다. 곧 다가올 르네상스 시대를 생각해 보면 말이다. 그들의 세계관을 반영한 운명의 수레바퀴. 윤회를 연상하게 하는. 그리고 지금 생각해 보면 모든 유행과 사조 인간의 역사가 다 그렇지 않은가? 

중세 암흑시대를 산 영혼들에게 위로를.




칼 오르프는 250여개의 곡에서 골라내고 또 스스로 만든 걸 넣기도 해서(라틴어는 기본 교양이었나효… 덜덜) 총 24개로 가사를 마무리 한다. 1곡과 25곡은 가사.

크게 주제에 따라서 4개로 나뉘는데 1) 도덕적 풍자적인 시 2) 연애시 3) 술잔치의 노래, 유희의 노래 4) 종교적인 내용을 가진 극시로 이루어져 있고 적나라한 내용도 있다…고 해봤자 그냥 내 눈엔 남여상열지사?

근데 악보가 있긴 있나? 악보에 의한 해독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상상으로 연주되고 있다니. 연주는 뭘로 하는 것인지. 그냥 즉흥곡으로 시만 읊나? 무슨 소린지 궁금하다. 원사본은 현재 뮌헨 국립도서관에 소장되어 있다고 한다. 웹에 돌아다니는 스캔본이 원사본인가.



[칼 오르프의 카르미나 부라나]


이 작품은 음악을 본다면 1900년대 이후의 곡 같지 않게 되게 음, 그렇다 원시적이랄까. 그래서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주는 것 같기도 하다. 영화음악처럼 매끄러운 그런 형식이 아니라 오래된 음악인 그레고리안 성가에서 차용한 부분도 있고 합창인데도 유니즌이 많아 단순하기에 더 강력하게 다가온다. 세상이 너무 복잡하다 보니 심플한게 더 끌릴 때가 있다니까. 타악기의 강렬함이 두드러지는 그런 곡들은 바로 심장 직격(?)하는 그런 게 있다.

악기 편성을 봐도 타악기가 얼마나 많은지. 팀파니 5, 첼레스타, 피아노, 글로켄슈필 3, 실로폰, 캐스터네츠, 크레셀, 그로탈, 트라이앵글, 심벌즈·안티기 3, 심벌즈 4, 탐탐, 종 3, 튜블라·벨, 탬버린, 작은북, 큰북이라는 어마어마한 구성이다. 들어본 적이 없는 타악기도 많다네.

갑자기 생각났다. 아 근데 이 연주회에 데려간 지인 ㅋㅋㅋ 카르미나 부라나 들으면서 드렁드렁 코 골면서 잤다. 음량이 부족했었나! 그래서 내가 취향 아닌 사람들은 음악회 데려가기가 꺼려진다니까. 평일이라 피곤하기도 했겠지. 암만 재밌는 영화도 졸음앞에는 ㅠㅠ 


머야, 곡 연구할려고 쓴 리뷰가 아녀! 어디까지 솔리스트 위주로 리뷰할려고 한건데.

이 음반의 셀링포인트 옛날 악기 연주라는 것. 1930년대 작품인데 굳이 원전연주를 하나 싶기도 한데 알고 봤더니 1930년대 악기 연주라고. 허어… 그때만 해도 지금과 악기가 많이 달랐나? 그렇군. 난 또 원전 연주인 줄 알았네. 그러니까 초연 사운드 지향이구만. 


유후~ 여기 나의 궁금증을 해결해 주는 링크 발견!

https://www.facebook.com/fortepianotopia/posts/10203654609354065

1930년대 악기가 어떻게 달랐는지 댓글로 알려주심. 그리고 관련 음반 리뷰도 있다.


그니까 악기 구성이나 연주 방법등을 바꾼 그런 음반인 것 같다.


국내에 수입한 곳의 설명을 보니

‘시대 악기에 의한 최초 녹음으로 2차 대전 이후 더 이상 찾아보기 힘들게 된 1930년대 관악기와 타악기, 피아노 등을 사용하여 초연 당시의 음향을 새롭게 부활시켰다. 더욱 민첩해진 관현악과 날카로운 리듬, 타격감은 실로 눈부시며, 투명하기 그지 없는 지그재그 특유의 선명한 녹음이 최고의 음향을 들려준다. 특히 한국의 소프라노 서예리의 참여도 빼놓을 수 없으며, 그녀의‘인 트루티나’는 실로 녹아내릴 듯이 아름답다.’ 

Jos Van Immerseel / Collegium Vocale Gent / Thomas E. Bauer / Yves Saelens) 서예리 (Yeree Suh) / Anima Eterna Brugge


고맙게도 음악가들의 이름도 다 읽어준다. 요스 반 임메르세일, 토마스 바우어, 이베스 사엘렝, 서예리, 아니마 에테르나 브뤼허.

아니마 에테르나 브뤼허는 연주단체인 것 같다. 브루헤를 근간으로 하는 연주단체일까? 겐트 지역엔 대학들이 많다니 겐트지역 대학 합창단.지그재그는 녹음 잘하는 프랑스 음반 회사쯤 되는 듯. 


할튼 30년대 연주 좋고, 역사적 의미도 좋고 다 좋고 그중에 솔리스트들을 핥을 수 있어도 짱 좋음. 바우어씨도 서예리씨도 앞으로도 이런 음반에 많이 참여해 주시면 감사합니다?



바우어씨는 점점 곰이 되어가는 듯 싶은데. 여전히 우렁우렁 짖어야 할때 잘 짖으심. ㅎㅎ 매력적인 콧소리도 여전하고.

요즘은 오페라도 하심. 근데 희한한거만 골라서 ㅋㅋㅋㅋㅋ

무려 스칼라도 오르십니다. 나중에 증거 사진 올리겠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