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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라이프 사진전

category 리뷰 2017. 9. 19. 02:32

라이프 사진

자신있는 내공,

신중하고 따스한 한국에 대한 시선



<복도에 전시된 사진들도 멋있음. 아인슈타인 등>

라이프라는 한 시대를 풍미했던 잡지가 있다.

사진 한 장에 수 많은 말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담아 전달했던 잡지.

지금은 종이 잡지는 폐간을 했고 TIME이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이번 전시는 근대의 시간 속에서 흑백 혹은 컬러 사진으로 포착해 낸 결정적 순간과 인물을 보여준다.

군더더기 없이 핵심만을 추려서.

한국 전시인 만큼 한국 근대사에 관련된 내용도 정말 강렬하다.

가장 인상에 남는 것은 '경교장 사진'

아, 사진의 힘이란 이런것이구나를 느꼈다. 소설과 같은 한 장의 사진이었다.

김구 선생이 살해된 경교장 방안에서 유리창을 통해 밖을 내다본 사진이었다.

민족의 희망을 죽음에 이르게 한 두 방의 총알이 통과한 깨진 유리창. 그 밖으로 김구의 죽음에 슬퍼하는 흰 옷을 입은 국민들이 마당 가득 엎드려 있다.

이것은 정말 사진만이 전해줄 수 있는 드라마라고 생각한다. 가끔 너무나 잔인하거나 적나라해서 선정적일 수도 있지만 때로는 사진작가의 천재성이 모든 이야기를 담아내는 한 장의 사진이 되기도 한다.

김시스터즈의 어딘지 이국적인 사진들이 있었다. 정치나 역사에 관한 사진이 아닌 흥미로운 인물사진으로 분류할 수 있겠다. 한국인이면서 지극히 미국화된 이미지. 그래서 한국인의 사진에서 이국적인 느낌을 받았나보다.

장진호 전투 사진들. 끔찍하게 추웠던 그 전투에서 지친 몸으로 버텼던 젊은 병사들의 모습과 역사상 가장 많은 피난민을 싣고 남하했던 메러디스호의 사진들이 인상적이었다. 아마도 문재인 대통령의 극적인 이력이 회자되면서 섹션에 넣은 게 아닐까 했는데 감회가 깊었다. 그리고 장진호를 초신이라고 부르는게 일본어 발음에서 나온 것이라는 것도 여기서 알았다. 그때까지는 중국어인 줄 알았는데. 

재미있는 사진들이 정말 많았다. 특히 인물 사진은 정말 지존인듯. 

전에 '바늘과 아편'이라는 연극을 봤다. 장콕도에 대한 연극이었는데 중력을 무시하고 무대를 입체적으로 사용하여 장 콕도의 특이한 정신세계를 표현한 작품이었다. 그 연극에도 유명한 라이프의 사진을 이용한 장면이 나온다. 여러개의 손을 가진 장 콕도. 다재다능했던 그의 천재적 작업들을 한 눈에 표현하는 6개의 손을 가진 장콕도의 사진을 찍은 작가는 재밌는 사진을 많이 남겨주었다.

빠질 수 없는 달리사진. 그때는 포토샵이 없어서 엄청나게 많은 반복 액션으로 마음에 드는 사진이 나올 때 까지 연출을 했다. 고양이를 던지고 물을 뿌리고 의자를 던지고. 엄청난 노가다 끝에 나온 사진은 정말 신기하고 멋있었다. 물론 후작업을 안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픽이 아닌 실사 부분의 우연성은 편집으로는 나올 수 없는 멋진 순간이었다고 생각한다.

착각일 수도 있지만, 이 전시를 기획한 사람의 한국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느껴져서 좋았다. 직접 관람을 해 본다면 더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촛불혁명으로 이루어낸 정권교체에 대한 자부심. 한국 현대산에 대한 관심이 피상적이지 않고 뭘 좀 알고 구성했다는 것을 느꼈다. 많은 고민이 느껴지는 전시였다. 

알아봤어요. 느껴졌어요. 후후.

<사진 붙은 시계때문이 아니라. 문라이트 조명때문에 찍음. ㅎㅎ 언젠가는 갖고 말겠어.  MOON!>


요즘 처럼 사진이 소모되는 시절도 없을 것이다. 나도 내가 사랑하는 최고의 카메라라 여기는 아이폰에 고화실의 수 많은 사진들을 모셔놓고 산다. 나는 내가 찍는 사진들에 많은 의미를 부여한다. 나에게는 그렇다. 그 순간 그 대상이 의미가 있다. 그래서 공유를 하고 싶을 때가 많지만 게을러서 잘 안퍼낸다.

맥은 다 좋은데 진짜 사진관리 쯔증나. 요새 이것 저것 접근이 쉽게 세팅을 많이 하려한다만.

글 읽기 싫어하는 현대인들에게 사진은 오히려 더 익숙한 매체이다. 동영상은 물론 더 좋아하지만. 단번에 많은 정보를 주는 사진의 가치가 너무 보편화 되고 있다는, 소모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사진이란 불멸의 가치를 가진 매체라고 생각한다.

 진짜 덩케르크 사진을 보고 나서 영화 덩케르크를 보면 감흥이 남다르듯이. 그것을 찍기 위한 작가의 노고를 기억하면서 작가 정신으로 청춘을 불태웠던 그런 전설적 작가들의 안구 공유라는 차원에서 한 번 상상해 보는 것도 엄청 재미난다. 나의 몸이 차가운 바닷물 속에 잠겨있고 내 후방에서는 적의 포격이 한창이다. 나는 상륙해오는 연합군을 찍어야하기 때문에 가장 적진에 가까운 해안에 적에게 등을 돌리고 있어야한다. 미친놈이 따로없다. 하지만 악마새끼같은 편집장때문이라도 찍지 않으면 안된다. 노출이 제대로 되었고 필름이 물에 젖지 않았다면 이 필름은 비행기를 타고 대서양을 건너 공항에서 마중나온 라이프 편집팀의 손에 들어가게 될 것이다.

2/3의 필름이 망쳐졌다는 것도 아직은 모른다. 하지만 나머지 1/3의 필름에서 악천후에도 불구하고 용감하게 상륙하던 그 긴박한 순간의 장병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살려낼 수 있을 것이다.

***

멀리서 바라본 디자인미술관의 모습. 늘 3개 이상의 전시가 동시에 진행된다. 음악당쪽에서 내려다보면 늘 여러가지 이미지로 가득하다. 가끔 지붕에 조형물이 설치되어 있어서 늘 흥미로운 구성을 이룬다. 강철과 유리의 집. 방문은 한 달에 한 번 정도, 이 뷰는 일주일에 2번 이상은 보게 되는 데 볼때마다 참 좋다. 내용때문이 아니라 아마 배경이 되는 하늘 때문일거다.


<인물사진의 지존, 청각과 촉각으로 진료하는 맹인 의사, 린디 합, 짐모리슨(맞나?), 

체게바라의 잘생김은 코만 봐도 알 수 있다는 것. 피델 카스트로랑 엄청 비교 되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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