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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남한산성

category 리뷰 2017. 10. 20. 02:15

친!필! 싸인 포스터도 경품으로 받았다 ㅎㅎ 사극한 소중하다. 사극 뽀레버!

그분들의 자취가 이 종이에 남아 있는 것이다! 이렇게 큰 포스터 가져보긴 처음이야.

감동적이었고 아쉬운 부분도 있었지만 그래도 일단 포스터 사진을 올려보자.

포스터 엄청 크고, 지통도 크고. 포스터 가운데 떡하니 별점은 웬거며. 하하. 그냥 설산으로 된거 주면 좋았을 텐데.

박해일 다소곳한 싸인 귀엽 진지. ㅋㅋㅋ. 

배우 입장에서는 자기 사진 나온데다 싸인 하고 싶었겠지? 그럼 수어사 박휘순 싸인도 줘라!


본격 리뷰.

음악은 진짜 멋졌다. 마지막 황제가 청의 몰락을 그린 것인데 청에게 당하는 소국의 비극을 그린 영화의 음악이라니.

진짜 멋있었다. 영화에 잘 녹아 있었고. 류이치 사카모토. 최고의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음 일단 첫인상은 쫌 쎄게 말해서...

김훈의 텍스트에 눌렸다는 느낌. 영화 후반에서는 약간...웃기도 했다. 말투 때문에.

2007년에 나왔을 때 딱 한번 읽어봤을 뿐인데 그 문체가 얼마나 강렬했던지 대사에서 김훈의 자취를 물씬물씬 느껴졌다.

각색을 한 감독의 고뇌도 보이고.

내가 감독이라면 텍스트를 들여다 보며 거기에 빠져들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것 같았다. 이것도 멋있고 저것도 멋있고... 어쩌지 어쩌지하다가 짓눌리고 말것 같더라.

만약 만약 각색을 김훈아즈씨와 같이 했다면? ㅎㅎㅎ 게임 아웃.


노비도 백성도 왕도 신하도 모두 같은 말투를 쓴다.

그래서 사람말 쓰는(ㅋㅋ) 나루와 칠복의 대사가 붕뜬다는 느낌이었다. 압축되고 비유적인 대사들 사이에서 아이들의 장면은 진행을 늘어지는 감이 있었다. 사실 그렇게 늘어지는 부분도 아닌데.

 

멋진 대사들이지만 약간 양이 과했다는 느낌?

강 건네주는 할아범의 대사, 날쇠의 대사가 과하게 멋있었다. 캐릭터는 각자의 말투로 이야기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주의라서.

얼마나 많은 고민 끝에 나온 문장들이었겠냐만은.

다만 영화에서 쓰기에는 좀 어려운 대사들이 많이 나온게 아니었나 싶다.

 

과한 거 또 있음. 챕터 형식으로 장면을 나눈 것.

파편화-이 표현은 별로 안좋아하지만 라는 말이 있다.

장면의 전환에서 자연스럽게 따라가는 것이 좋다고 생각되는데 너무 조각조각 나누어 놓은 느낌이다. 무려 챕터가 10개가 넘으니. 글자들이 그 장면을 미리 규정지어 버리는 것 같았다. 감독은 한권의 책처럼 읽히기를 노린 것인지.

 

생각보다 농성하는, 갇혀있다는 답답한 느낌은 별로 전달이 안됐다. 인조도 선조를 이어 꽤나 속터지는 임금라인이었는데 그런 느낌도 많이 안들었다. 신하들이 삽질하는 게 많이 보여서인가.  가마니 에피소드와 수염에 맺힌 얼음들로 추운 것은 잘 알겠더라. 인조 박해일도 추워보였다.

 

캐릭터를 대조적으로 보여주는 부분은 아주 성공적이었다고 생각한다. 특히 도입에서 대군앞에 홀로 서서 적들의 화살을 피하지 않는 최명길. 임금을 위해 그저 먹고 살아가는 노인을 죽인 김상헌. 강렬한 도입이었다.

세밀하게 신경쓴 게 느껴졌다. 의상의 색상도 백색과 암청색의 대비였구.

 

외교에 탁월했다는-줄타기를 제법 잘 했다는-광해역을 했던 이병헌이 주화파인 최명길이라는 점이 재밌었다. 광해를 몰아내고 반정으로 올라온 인조가 명길에 의해 치욕스러운 살길을 찾는다는게 아이러니 ㅎㅎ

인조가 외교 줄타기 제법 잘하던 광해를 몰아낸 명분 중 하나가 척화였기 때문에 자신의 정당성을 위해서도 쉽게 여진과 손 잡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을 거다. 그래서 똥고집 부리고 결국 머리박기까지 하구 후...

 

그럼에도 아주 속이 터지는 결말임을 알면서 꾸역꾸역 그 괴로움을 향해 나아갈 수 밖에 없는, 걸음이 묵직한 영화였다.

김훈은 재귀적인 표현들, 같은 단어가 반복되거나 앞의 문장을 뒤집은 문장이 이어지는 데, 앞에 쓴 단어와 뒤에 쓴 단어가 의미하는 바는 다를 때가 많다. 김훈의 문장이 반복되듯이 영화에도 다소 반복되는 부분이 느껴졌다. 

영화는 보여주면 된다고 생각한다. 들려주지 말고. 글자는 들려주는 느낌이 든다. 느끼게 하는 게 아닌 알게 하는. 

민들레가 피었다는 글자를 띄우고서 다음에 민들레 줌 화면을 보여주는 건 과잉. 자막이 필요한 예능이 아닌데…

 

솔직히 고두하는 장면 없었어도 성을 나가는 느린 장면에서 이미 감정이 최고조로 끓어올랐다. 말에서 내려 걸어가는 모습으로 끝났더래도 괜찮았을 거라고 생각한다. 한 점 아쉬움이 없는 순간이었다. 우리는 인조의 운명을 너무나 잘 알기에. 

백성들의 Show must go on 장면은 없어도 괜찮았다구 생각한다.

 

주화파든, 척사파든 애국이라는 점에서 조금도 의심이 안들었다. 색은 달라도 얼룩이 없는 순색이라는 게 느껴졌다.

하아, 방향은 달라도 애국하는 게 그렇게 어려운가 쩝. 현 시대를 생각해보니 씁쓸하다. 다들 나라팔아 제 주머니 채울 생각이나 하고 있으니.

상헌이나 명길이나 진짜 역사적으로도 멋있는 캐릭터다. 최명길은 개화기까지 역적으로 욕처먹을 팔자 될 줄 스스로도 알았지만 그래도 현대에 이렇게 재평가되니 역시 신념으로 사는 사람의 뚝심이 멋있다.

그리고 역사 뒤적거리다 보니 상헌이 자결한게 아니었다! 게다가 둘은 남한산성에서 농성할때 친구도 아니었고 웬수보듯 했다고 ㅎㅎㅎ 그러다가 최명길이 청에 끌려갈 때 얼결에 같이 끌려가서 옆 감방이 갇혀있다가 심심해서(??) 결국 화해했다고 하니 정말 보통 인연이 아니다. (감옥벽을 사이에 두고 싹튼 러...어...브...???)

그래도 이 두 사람은 멀쩡히 사지 멀쩡히 분리 안되고 이부자리에서 돌아가셨다. 다행. 흑.

소현세자만 불쌍. 인조 진짜 너이자쉭 소현세자를 죽이다니. ㅠㅠ 


한반도 균형자론 이라는 말이 있었다. 노무현 대통령이 한 말을 보수언론에서 호들갑떨고 난리쳤던 단어인데. 

러시아 중국 미국에 치여사는 대한민국에서 어떻게든 살길을 모색하려는 노력끝에 나온 개념이었다고 본다. 이런 사방에 치이는 역사가 요즘 갑자기 생긴 것은 아니었을 테니.

늑대같은 열강들 틈에서 죽어나는 조선. 

개화기 들어가면 로씨아, 중공, 미국, 열본.....

 

어떻게 된 게 모든 학문이 한반도로 들어오면 원조보다 더 열심히 연구를 하게 되나 보다.

성리학도 너무 열심히 연구를 해서 그러다가 사대주의가 너무 심해진 경향이 있었고. 

의리를 지켜야 한다며 대국 대국 타령을 하다가 신흥세력에게 맞아 죽는 거다. 가라앉는 배에서 내리지를 않고 같이 죽겠다고.

 

자국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게 맞는 거 아닌가. 실리를 추구하는 게 부국강병의 지름길이고.

그러려면 주변국들과 이민족의 동향도 자주자주 파악을 하는 게 맞을거구. 위기에 빠졌을 때는 적을 치든지 화해를 하든지 완전 납작엎드리든지 태세변환이 빨라야한다고 본다. 정보가 곧 힘인 건 당연하고.

이 시점에 하라는 첩보는 안하고 민간인들 뒤나 캐고 댓글로 여론 조작이나 하고 사람이나 죽이러다니는 걱정원. 정말 근심 걱정 덩어리다. 유치하고 한심하고 악랄한 것들.

 

영화를 보면서 든 생각은, 

왕조 시대의 딜레마라고 해야 할까. 왕의 체면도 살려줘야 하고 백성도 지켜야하고.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아야하는 문제가 있어 보였다.

만약 백성=나라였다면 백성에게 이득이 되는 일만 생각하면 생각보다 일이 단순해질텐데. 물론 그렇게 따지면 명나라 백성이 되거나 청나라 백성이 되면 되는 거 아니냐 왕이 왜 필요하냐고 할 수도 있지만. 그 나라 땅에서 구심점이 되는 왕은 필요했을거다. 봉건 시대(조선에는 봉건 시대가 없었다고는 하는데)가 그러니까.

요즘같으면 국민들에게 가장 이득이 되는 방향이 가장 옳은 방향이다라고 할 수 있을텐데.

 

필요하면 미국 대통령 골프 카트도 몰아주고, 국방장관 업어주기도 할 수 있는거 인정한다. 다만 진짜로 국민들을 위한 거였다면 뭐시 문젠디. 사익을 추구하는 욕망의 덩어리들이 문제인 거다. 옛날에는 그나마 신념을 위해 그런 건데 요즘은 아주 차원이 다르다.

 

하여간 광해의 외교관, 최명길의 외교관을 지지함.

 

박휘순... ㅎ흐흫ㅎㅎㅎ ㅁㄴㄹㅎ 넘 멋있는거 아님? 박휘순 목을 치라고한 대신 진짜 한 대 패주고 싶었뜸.

그밖에 깜딱 놀란게 처음에 김상헌이 누군지 몰랐다. 얼굴 뻔히 보면서도. 헐, 4885 읊조리던 분 목소리가 저렇게 높았었나? 목소리 연기 쩌심. 김윤석씨 목소리 완전 낯설었다.

이병헌 진짜 목 내놓고 하드캐리. 저요 저요! 제가 갈게요. 제가 책임질게요. 넘 멋있었다. 

고수는 수염 분장 볼수록 왜 오지호 ㅎㅎㅎㅎ

 

그리고 대망의 씬스틸러!

다름 아닌 수염 접.착.제!

빤닥빤닥, 빤짝빤짝 빛나며 내 맘을 울려 ㅠㅠ 엉엉.

전에 드라마 막방 단관 같은 거 할때 극장에서 드라마 보면 분장 다 보이고 그래서 흠칫했거등? 근데 ㅠㅠ 영화도 이제 넘 고화질이다보니 어쩜 그렇게 수염접착제가 잘 보이는지 ㅠㅠ 게다가 다들 아재할배 수염파뤼파뤼 아니었나?

흠칫흠칫.

부디 안 반짝거리는 수염 접착제 개발하실 분?

앞으로 씬 스틸러는 배우로 합시다 배우로.

 

 

 

박휘순씨 또 보고 싶다. 그래서 위에 사진이 수어사 ㅎㅎ

박휘순씨 멋져~


명대사 명장면


1위

삼전도의 치욕을 위해 성을 나가는 장면에서...

나루 : 임금님이 어디로 가십니까.

날쇠 : 궁으로 돌아가신단다.

나루 : 그런데 왜 백성들이 다 울고 있습니까.

날쇠 : (아주 아주 긴 침묵 후에)기뻐서 우는 거란다.

 

아이의 천진함과 현실의 잔혹함이 아주 멋지게 어우러진 장면. 날쇠의 긴 침묵에 저는 아예 대답을 하지 않았어도 좋았다고 그 순간 영화관에서 생각했다. 그런데 끝내 나온 대사가 더 멋지더구만. 하...역시...프로들.

 

2위

얼음강 건너주는 노인을 설득하지 못하자 칼로 그어버리는 예판.

상황의 절박함과 함께 캐릭터를 단번에 이해시키는 인상적인 장면이었다고 생각한다.

말귀를 못알아먹네 속 답답했는데 결국 흡 ㅠㅠ

 

3위

산성 밖에 있는 지원군 병사의 대사.

병사 : 그럼 격서를 못 받은 걸로 하면 될 거 아닙니까.

비열한 대사. 이 시점부터 본격 재밌어졌다. 

 

4위

김상헌의 상상.

멀리 보이는 봉화에 불이 오르고 산의 능선마다 횃불이 환하게 열지어 있는 장면.

가슴이 쎄해진다 ㅠㅠ. 반지의 제왕의 카타르시스를 기대했는데.... 아우씨 쿰이어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