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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더 식스틴 The Sixteen

category 공연 구경 2015. 5. 17. 02:20


2015년 3월 13일 금요일 엘지 아트 센터


<거울에 비친 분이 지휘자인 해리 크리스토퍼스>


더 식스틴 공연 리뷰

젠장!

팔레스트리나와 알레그리에 관한 글 써놓은게 날아갔다. 엉엉.

쯔증나. 엄청 많이 써놨었는데.

<뮤직>이라는 폴더가 만들었는데 어따가 저장한 건지 모르겠다. 하여간 날아갔어. 엄청 많이 썼었는데 엉엉. 게으름뱅이에겐 치명적인 타자량. 회복이 불가능하다.


후우.. 다시 쓸 엄두가 날려나 모르겠네.




[The Sixteen]

<더 식스틴>이라고 영국 아카펠라 단체가 방문을 했는데 영어로는 글자 그대로 The Sixteen, 이름처럼 16세기 종교음악이 전문입뉘다 녜녜. 아, 다시 쓸려니까 의욕이 떨어져서 심드렁해진다. 하여간 그런 단체가 왔다. 멋도 모르고 패키지라 예매했다. 솔직히, 올해 엘지아트센터 기획공연에서 연극이 얼마 안되서리 쩝 대부분 음악 공연으로 채워넣었던 거지만.

해리 크리스토퍼스라는 영감님의 지휘아래 다양한 레퍼토리를 뽐내는 연주단체다. 그렇다고 이번 레퍼토리도 16세기 음악 일색인 것은 아니고. 맥밀란이라는 현대 작곡가의 것이 반절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완전 아카펠라 공연은 또 첨인데. 나는 그래도 합시코드나 뭐 간단한 현악 4중주정도는 오는 줄 알았다. 근데 오모나. 철저한 아카펠라였음. 지휘하시는 해리 크리스토퍼스씨가 조그마한 하모니카로 소리를 내면 거기 맞춰서 시작한다. 내가 맨 앞자리에 앉았는데도 그 하모니카 소리가 들릴까 말까했다. 조그마한 하모니카 귀여웠어요.

솔직히 아카펠라는 부르고 마무리하면 거의 반드시라 할 만큼 음정이 떨어지기 때문에 마지막에 음정 찍어주면 연주자 안습이다. 진짜 절대음감 가진 사람 아니고서야 음정 떨어지는건 막을 도리가 음써. 특히 혼자 부르는 것도 아니고 중창이면.

다행히 이 공연에서는 악기가 확인 사살할 일은 없었음.


[ 미제레레 Miserere mei]

 이 팀 공연의 하일라이트는 알레그리의 미제레레 Miserere mei였다..라고 생각된다.

일단 이 곡은 엄청나게 유명한 곡인데. 솔직히 이 공연 보기전에는 들어본 적도 없다. 음악의 무뇌한인 나로서는.(아 발암 맞춤법 일부러 써봤는데 우엑.) 하여간 음악 문외한인지라 몰랐음.

하도 유명한 곡이라서 관련된 에피소드도 많은데. 일단 무림비급이었음. 교황이 악보 유출을 금지하고 다른 곳에서는 연주를 못하게 했다는 <천사와 악마>, <다빈치 코드> 돋는 설정. 아 좋다. 이런 거~. 하지말라면 더 하고 싶고 감춘다니 더 들어보고 싶은 청개구리 마케팅.

해서 악보에 얽힌 일화로 등장해 주시는 추가 에피소드. 소년 모차르트가 시스티나 소성당에서 이 미사에 참관하고서는 암보로 미제레레의 악보를 재구성 했다는 것. 한 두 번 들은 걸로 받아적었다니 천재 볼프…인건 맞는데. 이곡은 구성이 단순하고 계속 반복이 되는 형식이라 외울려면 외울수 있다는게 중론이긴 하다. 

다만 솔리스트의 애드립 부분은 자율이라서 모차르트가 들은 것은 어떤 버전일지 매우 궁금하지만. 모차르트의 악보는 남은 것이 없어서 알 길이 없다. 하여간 아름다웠을거다. 꾸밈음 없어도 그 자체만으로 굉장히 아름다운 곡이니까.

그리고 그 시절 성베드로 성당의 성가대는 기량이 완전 절정이었다고 한다. 교황의 아비뇽 유수가 풀리면서 로마로 복귀하면서 프랑스에 있던 유명한 가수들을 다 데리고 왔다나 뭐라나. 그러니 다들 성지순례차 보고 들으러 왔다고 한다. 역시 관광상품의 희소성과 높은 퀄리티는 매우 중요한 것이다. 이슈성은 말할 것도 없고.

여기 귀가 호강한 사람이 또 있었으니 이탈리아 여행기를 남긴 괴테. 괴테도 완전 극찬하고 있다.

그런가하면 완전 실망해서 사방에 하소연을 한 불행한 사람이 있었으니. 안타깝게도 내가 좋아하는 펠릭스 멘델스존 바르톨디씨.

시스티나 성가대가 너무 노래를 못해서 이태리 여행중에 지인들에게 보낸 엽서를 보면 애잔하게도 사방팔방에 실망감을 표출하셨다는데.

아이고 우리 펠릭스씨 토닥토닥.

그때쯤은 성베드로성당이 옛날 같지 않아서 기량 좋은 가수들은 다 다른 곳으로 떠나버리고 밋밋하고 억제된 종교음악은 찬밥신세가 되었다고 한다. 거진 시골 동네 성가대 분위기였다고. 하긴 능력자들이, 돈 많이 벌고 인기 얻을 수 있는 오페라같은 세속음악을 하지 왜 성당에서 개성 죽인 음악을 노래하겠냐고요.


시편의 매우 유명한 구절로 처음부터 끝까지 처절하게 용서를 구하고 있다. 그러고 보니 불쌍이 여기소서. 미제레레. 맞네. 근데 나의 첫인상은 애걸복걸에 하느님께의 고단수 아부였다는 것은 비밀.

사실 알고 보면 이 아름다운 싯귀들은 다윗이 남의 아내를 탐한 데 대한 참회의 내용이란다. 아놔… 나도 이 구절 성서에서 매년 읊는 건데 몰랐어. 데이빗 이 양반!


테네브레의 음악. 테네브레는 어둠, 암흑이라는 뜻의 라틴어이다. 테네브레는 사순에 드리는 미사인데 기도문이 진행됨에 따라서 촛불을 하나씩 꺼서 마지막에는 암흑속에서 기도를 마치게 되는 형식이다. 서예리씨 공연에서 익히 봤듯이 초를 하나씩 꺼나가는 형식이다. 그분 공연에서는 17세기 프랑스 작곡가인 쿠프랭의 작품이었다.

하여간 이 미제레레 메이를 어둠속에서 그것도 시스티나 소성당에서 들으면 정말로 천상의 소리처럼 들릴 수 있겠다 싶다.

미제레레의 구성은 단순하고 반복적이다. SSATB 5성부 합창 + SSAB 4성부 솔로그룹 + 그레고리안 찬트의 반복이다. 소프라노의 깨끗하고 높은 C가 천상의 소리처럼 들린다는 말은 전혀 과장이 아니다. 작곡가가 의도한 음향 효과인지는 모르지만, 이 단체의 동영상을 보면 고성부가 2층에 위치한 발코니에서 따로 부른다. 그것은 원래 이곡이 불렸던 시스티나 소성당(천지창조로 유명한)의 구조때문일 수도 있다. 그 성당은 특이하게도 성가대석이 서로 마주보고 있다. 이 성당, 희한한게 한 둘이 아니긴 하다. 일단 창문이 하나도 없다. 창문 위치에는 다 내로라하는 화가들의 벽화가 가득하여 사방이 다 꽉막혀 있고 앞뒤위아래 어디를 봐도 압도되는 성화들로 둘러싸여 있으니. 게다가 의자들은 다 치워놓아, 사방 두리번거리는 관광객들로 꽉차있는 강당같은 느낌이지.

이번 공연에서 식스틴은 역시나 솔로그룹을 분리했다. 미제레레 메이를 시작하기 전에 단원들 일부가 퇴장을 했는데 알고 보니 무대에 둘러세운 음향판 뒤로 사라진 것이었다. 그 고성부 솔로그룹 멤버들을 물리적으로 분리함으로써 보이지 않는 먼 곳에서 들려오는 듯한 효과를 냈는데 오페라에서 가끔 보여지듯이 오케스트라 피트에서 울려오는 그런 소리랑은 좀 달랐다. 맨 앞인 내 자리에서는 악보용의 작은 손전등이 음향판 뒤로 보였는데 의외로 소리의 감이 멀다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았다. 고음의 효과인가.

하여간 효과는 만점이었다. 말이 좋지 비브라토도 없이 그 고음이 내기가 쉬운게 아닌데 깨끗하고 말끔하게 나오는 데다가 바로크 꾸밈음도 다양하게 붙여서 듣는 재미를 주었다. 소리가 아주 이뻤다. 관객들의 만족도도 업업한 듯. 박수소리와 환호가 대박이었다.


팔레스트리나에 관한 것도 많이 찾아서 써놨었는데 날아가서(흡. 주먹 꾸욱) 걍 패스하고. 프로그램에서도 비중이 매우 컸는데 걍 패스 패스. 팔레스트리나의 곡들은 참 좋다네, 녜녜. 진짜임. 뻥아님. 엄청 좋음. 네…고음악 좋아요.

뭐라고 써도 영혼없게 들린다. 하아…

현대 작곡가 곡도 좋아요. 확실히 현대 음악가는 장식하고 싶고 복잡하게 쓰고 싶은 끓어오르는 욕망을 억제하지 못하는 듯. ㅋㅋㅋ 하긴 옛날것을 발전을 시켜야지 똑같이 작곡하면 그게 무슨 의미가 있겠나. 요즘 작곡가들이 그런걸 할 줄 몰라서 안하는게 아니지 않겠음? 근데 미안하지만 단순한 멜로디가 아름다운 옛날 곡이 좀 더 마음에 와 닿는 듯 하오. 하아…복세편살.


<공연 시작 전에 5층에서 잠깐의 해설 시간이 있었음. 유용했어요~>


[목소리로 파이프 올갠 소리를?]

더 식스틴은 종교음악을 오래 연주해 온 단체 답게 아주 노련하고 완성도 높은 연주를 들려준다. 알토 파트에 계신 백발의 할머니 단원 한 분 어떤 목소리인지 궁금했다. 이 팀은 목소리 블렌딩이 잘 되어 있어서 튀는 목소리가 없다. 솔리스트들도 실력은 꽤 좋은 것 같고.

진짜 신기한 것은 앵콜곡에서 들려준 소리. 

엘지아트센터 홈피를 보니 앵콜곡은 <제임스 맥밀란의 "스트라스클라이드 모테트" 중 Sedebit dominus rex>라고 한다.

나 같은 경우는 허밍하면 목이 간지러워서 죽을 것 같아 잠시도 못하는데다 소리도 거의 안들린다. 물론 이건 개체차긴 한데 나는 유독 허밍 어렵다. 어떤 분들은 허밍도 소리 되게 크고 멋있게 하기도 하더라만. 하여간 더 식스틴은 허밍이 얼마나 절묘한지 와우 대박, 뻥안치고 진짜 파이프 올갠같은 소리가 났다. 합창단이라고 해도 다들 노래 한가락씩 하는 사람들의 집단이기 때문에 자기 개성을 감추기가 쉽지 않은데 이 팀은 진짜 블렌딩이 뭔지 제대로 보여주는 연주를 들려줬다. 그래서인지 동영상을 봐도 멤버는 꽤 바뀌는 듯 한데 소리는 한결같다.

의외인게, 음 늘 의외라는 점에서 의외가 아닌건가. 종교 음악의 전통이 가장 잘 남아있는 나라가 영국이란다. 오래된 종교 음악들의 명맥을 잘 유지시켜온 나라가 영국이라니. 성공회나라 아녔나 거기? 자료도 잘 남아있고 연주 전통도 잘 지켜왔다고 하니 음. 여러가지로 신기한 나라다. 카톨릭 국가인 이탈리아나 프랑스도 아니고 영국이 가장 발달을 했다니. 섬나라. 음…얘들도 꽂히면 엄청 파는 듯.

공연 끝나고 씨디하나 사고 싶었는데 헙, 이 팀은 씨디 레코딩이 너무 많아서 도저히 뭘 하나 고를 수가 없었음. 그래서 걍 빈손으로 왔다.선택장애자의 비애…는 핑게.


<사인회에서 와인도 한 잔 준비하는 센스. 엘쥐 아트센터 오올~>


동영상은 더 식스틴 비비씨 미제레레 메이 영상으로 마무으리. 강추!




Allegri_Miserere_PML2.pdf

(악보 출처 : www.cpdl.org/wiki/.../Allegri_Miserere_PML2.pdf)


The SIXTEEN

 

단성 성가             레지나 첼리(하늘의 여왕이여, 기뻐하소서)

팔레스트리나      “미사 레지나 첼리” 중 ‘키리에’

plainsong        Regina caeli

PALESTRINA  Kyrie from Missa Regina caeli

 

제임스 맥밀란      “스트라스클라이드 모테트” 중 ‘주님께서 복을 내려주시면’

MACMILLAN   Dominus dabit benignitatem (from The Strathclyde Motets)

 

알레그리             미제레레

ALLEGRI          Miserere

 

제임스 맥밀란      “스트라스클라이드 모테트” 중 ‘주님께서 라자로 누이의 눈물을 보시고’

MACMILLAN    Videns Dominus (from The Strathclyde Motets)

 

팔레스트리나       8성부 “스타바트 마테르”

PALESTRINA   Stabat Mater a 8

 

Interval

 

팔레스트리나        8성부 “레지나 첼리”

PALESTRINA   Regina caeli a 8

 

팔레스트리나        모테트 “칸티쿰 칸티코룸(솔로몬의 노래)” 중 ‘내 포도밭은 지키지도 못하였나이다’

제임스 맥밀란      “스트라스클라이드 모테트” 중 ‘오 빛나는 새벽이여’

팔레스트리나        모테트 “칸티쿰 칸티코룸(솔로몬의 노래)” 중 ‘그대의 빰은 어여쁘다오’

PALESTRINA    Vineam meam non custodivi (from Song of Songs)

MACMILLAN     'O radiant dawn' (from The Strathclyde Motets)

PALESTRINA    Pulchrae sunt genae tuae (from Song of Songs)

 

제임스 맥밀란       미제레레

MACMILLAN    Miserere

 

팔레스트리나        “미사 레지나 첼리” 중 ‘아뉴스 데이’

PALESTRINA    Agnus Dei I-III from Missa Regina caeli


앵콜

제임스 맥밀란     "스트라스클라이드 모테트" 중 '주께서 왕좌에 앉으시리라'

MACMILLAN    Sedebit dominus rex ('The Lord will sit on his throne' from The Strathclyde Mote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