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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조의 호수>, 마이클 키간돌란. 동화는 동화로

category 공연 구경 2018. 4. 1. 16:51

스코틀랜드 감성의 백조의 호수





내 감성으로는 한 흐름에 읽히지는 않는 작품이었다.


말뚝에 매인 헐벗은 인간양.

그를 서서히 조여서 번제물로 바친 인간들.

사람이 된 양.

입히고 먹이고 즐기게 해 준 후(담배를).

뭔가를 고백한다.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26세의 남자를 죽게 만든 사건.

스코틀랜드를 충격으로 몰아넣었다고.


그 남자는 우울증에 시달렸었고 특정한 직업이 없었으며 세상으로부터 소외되었다.


인간적인 교류도 별로 없고 관절염에 걸린 어머니는 불평만 늘어놓았다.

그런 그의 도피처는 그 지역에 수 십개나 있다고 하는 호수.


거기서 자살을 시도하려다고 이상한 백조를 만난다.


<엘지아트센터 제공>


피놀라.

또다른 희생자. 성직자에게 성추행을 당한 이상한 소녀. 약간 제정신이 아닌 것도 같고 좀 희한한 소녀.

성직자(로트바르트)의 저주에 따라 추행을 발설하려던 그녀는 자매들과 함께 짐승으로 변해버린다.

4마리의 백조.


우울한 지미는 백조들과 함께 잠시 행복했다.


정신없고 괴이한 집들이 겸 지미 생일 파티. 어울리지 않는 여자들을 소개해 주는 어머니. 검은 백조들도 춤을 추고.

지미는 더욱 소외감을 느끼고 우울해진다.

지미의 위기만큼 블록의 높이는 점점 올라간다. 그 위를 위태롭게 올라서는 지미.

배우의 균형감각 칭찬해. 게다가 잘 부서지는 블록인데.


생일에 받은 총으로 의도치 않게 지역 정치인을 위협하게 된 지미는 결국 그들에게 사살된다.


흠.

시위중에 물대포로 사람이 죽어나가는 대한민국에서는 엄청 인상적이지 않는데.

그리고 학교에서 기관총을 난사해 수십명의 학생들이 죽는 '민주국가'의 뉴스를 달에 한 번 꼴로 전해 듣는 상황에서, 공권력의 어리석음은 그럴만한 녀석들이 그럴만한 짓을 했다는 정도밖에 느껴지지 않는다.


사회부적응자역을 한 댄서의 연기가 정말 대단했다. 내성적이고 답답 우울하고 말수가 적고.

노숙자 그 자체.

무대해서 대사가 있는 사람은 몇 안되지만. 로트발트-정치인-양-경찰관을 한 재주많은 아재와 새침한 영국(스코틀랜드) 중년부인과 깔깔 거리는 미친 아줌마를 오간 회색머리 여자.

스토리는 전달이 잘 된듯.


한창 미투가 이슈라 소녀를 성추행한 범죄가 남다르게 느껴지긴 했다. 위중한 잘못인건 알긴 아네.


우울하고 기이한 극의 마무리가 깃털 대환장 파티라는 것이 또 의외.

어쩐지... 맨 앞열 가운데 자리고 왜 비었나 했더니. 웬떡이다가 아니라 웬일이니,

미친듯이 털어대는 깃털 덕에 숨도 못쉴 지경이었다. 옆에 분 마스크 왜 하고 있나 했더니 다 이유가 있었다.

정말 눈도 못뜨게 무대 가득 깃털이 휘날리고.

뒤를 보니 10열정도까지 깃털 환장 파티.

내 발밑에 15센치 두께로 깃털이 쌓여있다.


<엘지아트센터 제공>


처음 느낀게.

깃털이란게 굉장히 독특한 소재였다.

종이 꽃처럼 팔랑 거리며 빨리 움직이는 것도 아니고 한 번 띄워놓으면 은근히 오래 난다.

배우들이 손에 한 웅큼씩 쥐고 춤을 추는데 손가락 사이를 획획 빠져나가는 것도 아니고 자기들끼리 꽤 오래 뭉쳐있기도 하면서 흩어질 때도 자연스럽게 잘 흩어진다. 흐름을 보여줄 수도 있고.


정말 놀란게 진짜 깃털이었다는 것. 엄청 공수해 온 모양이다.

안그래도 미치게 털이 날리는데 배우 한 명이 검은 비닐 봉투 또 하나를 머리에 얹고 의기양양하게 나타났다.

오 제발. 끼약. 끄악. 객석에서 난리나고.

촤아악 객석을 향해 붓는 배우.

인사하면서 일부러 바람 일으키고.

난 눈도 못뜨고 입도 못벌리고 그러면서도 웃겨서 죽고. 1열 지옥. 배우들에게 농락당할 뿐이고.


<

<맨 앞열의 위엄. 15센치 높이의 깃털 더미. 생수병 파묻혀 있는 것을 보라.>


우울한 극을 관객을 끌어들이며 유쾌하게 끝을 낸다.

이것도 서양 극 트렌드일까?

스노우맨보다 더 스펙타클한 것 같았다. 무대 전체가 거대한 스노우볼 같았다.



음악은 민속적인 느낌(아일랜드 음악 생각하면 될 듯)이었다. 나로서는 스코틀랜드와 아일랜드의 문화차이. 잘 모르겠고. 독특한 악기가 하나 있었는데 허디거디 비슷하게 생긴 것. 독특한 소리를 냈다.

아일랜드와 스코틀랜드는 자기들만의 언어가 있는데 스펠은 알파벳이지만 읽는 방법은 다르다. 전혀 다른 소리를 낸다.


엘지아트센터의 무대 뒤 공간은 크지는 않은 편이다. 공장같은 분위기의 기구들은 늘 흥미롭다. 리프트, 배선, 조명. 칠한 벽.


휴... 이눔의 깃털들이 털어도 털어도 나와서 결국 옷을 다 세탁해야 한다.

제목을 깃털의 호수라고 해도 될 판이다.


<머리 꼬라지 옷 꼬라지, 니트는 바로 세탁소 행>